2016년 10월 21일 금요일

암흑물질에 대하여

우주글을 보다보면 심심찮게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암흑물질'이야. 단순히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을 가지게 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녀석의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암흑(dark)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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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암흑물질은 우주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은하가 형성되기 위해 꼭 필요한 물질이며, 초기 우주에서 암흑물질이 마치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철근골격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여 오늘날의 은하단과 초은하단을 만들었다고 보는게 오늘날 천문학자들의 견해야.

이밖에도 은하가 은하답게 유지되는 원동력이 되며(암흑물질이 없으면 그자리에서 공중분해됨) 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위와같이 중력을 행사하여

먼 천체를 관측할 때 중력렌즈현상을 일으키기도 하지. 지금부터 암흑물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1. 간단한 역사

 

일베에 올라온 암흑물질 관련 정보글을 본 게이들이라면 암흑물질이 어떻게 생겨난 개념인지 대략적으로 알고 있을거야. 때는 20세기 초반인데,

당시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회전속도를 관측하여 우리은하가 얼마나 많은 별을 품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어. 그렇게 하여 탄생한 그래프가 바로

Rotation Curve라고 불리우는 회전커브인데, 아래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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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게이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듯이 회전하는 물체는 그것이 강체(rigid body)가 아닌이상 회전중심으로부터 멀수록 회전속도가 느려지게 돼.

하지만 우리은하의 회전커브는 이러한 상식에 반하는 정말 이상한 모양세를 나타냈는데, 회전중심으로부터 멀수록 회전속도가 오히려 유지되거나

빨라지는 구간도 보여. 마치 은하 전체가 하나의 강체처럼..

뉴턴의 중력법칙이 틀린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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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는 은하의 회전커브를 훌륭하게 설명하였다.

전자의 경우를 생각한 사람들은 이른바 MOND라는 수정된 뉴턴물리학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는데, 쉽게말해 충분히 먼 거리에서는 중력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것이 아닌 1.5제곱이라든지 아니면 2보다 작은 어떤 수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내용이야. MOND는 당시로선 파격적이었지만

중력렌즈가 발견된 이후 MOND로는 도무지 이 중력렌즈현상이 왜 발생하는지를 설명할 수 없게되어 사장된 이론이지.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후자의 가능성에 염두를 두고 있었어. 천문학자들은 이 미지의 물질을 눈에 보이지 않아서 Dark Matter(암흑물질)라고 부르기

시작했지.


2. 암흑물질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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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이라는 용어가 생긴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지만 천문학자들은 이 암흑물질이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는지 갈피를 못 잡고있어.

초기에 천문학자들은 암흑물질에 대한 후보군을 몇가지 생각해냈는데, 첫째로는 우주에 흩어져 있는 성간가스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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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간가스들은 밀도가 상당히 낮고 주위에 별이 없으면 겉으로 보기엔 빛을 전혀 발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천문학자들이 처음에 성간가스를 암흑물질의

후보로 생각했다고해.

그때 당시에는 기술이 그닥 좋지 않아서 좋은 후보라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성간가스들은 상당히 긴 파장의 전파를 내뿜어. 대표적인 녀석이 바로

21cm파 라고 불리우는 H1 전자기파야.



또다른 후보로 거론됐던 녀석은 MACHO(이하 마초)라고 불리우는 미지의 질량체들이야. 이 마초들은 쉽게말해 갈색왜성이나 소행성, 블랙홀 등을 아우르며,

우주에는 이러한 천체들이 널려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은하의 회전커브가 이상한지 설명해줄 강력한 후보로 급부상했었지.

그래서 시작된게 The MACHO Project라 불리우는 대규모 프로젝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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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가 암흑물질의 정체일까?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이녀석들을 어떻게 찾아낼까? 천문학자들은 머리를 싸매서 생각하기 시작했지. 곧 눈부신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르는데,

바로 '미소중력렌즈'를 이용하는 거였어. ???? 미소중력렌즈로 뭘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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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해! 마초들이 배경별을 지나간다면 마초의 중력에 의해 별빛이 휘게 되고, 이렇게 휜 별빛 덕에 순간적으로 해당 배경별이 밝아져.

그러다가 마초가 완전히 지나가면 다시 원래 밝기로 어두워지겠지? 그러면 우리 눈으로 봤을 때 그 별이 마치 '깜빡'거리는 것처럼 보이게 돼.

즉 이 '깜빡'거림을 측정하여 배경별과 우리 사이에 얼마나 많은 마초들이 있는지 측정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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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들은 무작정 관측하여 이 깜빡거림을 측정했다. 사각형 안의 숫자는 깜빡인 횟수를 뜻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도 실패했어. 관측으로 얻어낸 질량이 생각보다 터무니없이 작았거든(대략 1%). 이정도 질량가지곤 우리은하의 회전커브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었던거야.

이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이러한 이유는 최근에서야 관측된 사실이야. 최근의 관측결과에 따르면 암흑물질은 일반적인 물질과는 상호작용을

거의 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즉 물질과 암흑물질은 따로노는거지. 이 관측결과가 '마초가 암흑물질일 것이다' 라는 가설을 뒤집어놓은거야.



최근에 거론되고 있는 가장 강력한 후보는 '초대칭 짝입자'야. 흔히 WIMP라고도 불리우는데,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의 줄임말이지.

초대칭 짝입자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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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칭 짝입자

과학에 관심있는 일게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초대칭이론'에 대해 관심을 가져봤을 수 있어. '대칭'이라는 뜻은 알겠는데 '초대칭'이란 무엇일까?

대칭은 말그대로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대칭을 이룬다거나 원과 같은 회전대칭 등에 쓰이는 대칭을 의미해.

하지만 초대칭은 이러한 기본적인 대칭을 훨씬 뛰어넘어서 입자와 입자사이의 대칭을 뜻하지. 입자마다 성질이 모두 다른데

어떻게 근본적으로 이들 입자가 대칭을 이룬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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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표준모형의 입자, 오른쪽이 이 표준모형 입자의 초대칭짝입자.


표준모형에서 입자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바로 보손과 페르미온이야. 보손은 스핀이 정수인 녀석들이지. 스핀은 입자가 가지는

고유 각운동량인데, 쉽게말해 입자가 회전한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회전하고있는건 아니야.

한편 페르미온은 보손과 다르게 스핀이 분수, 즉 1/2과 같은 형태를 갖고 있어.



보손은 기본적으로 네 가지 게이지보손(광자, W보손, Z보손, 글루온)으로 구성돼 있어. 이녀석들의 공통된 특징은 힘을 매개하는 입자들이지.

즉 표준모형에서 힘은 입자들이 이 네 보손을 서로 교환함으로써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는거야.(단 중력은 제외)

페르미온은 나머지 입자들인데 대표적으로 전자가 있지. 그밖에도 쿼크나 렙톤(경입자, 전자가 여기에 속한다)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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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칭이론에서 보손과 페르미온은 서로 '초대칭적' 관계를 가진다.


부가설명이 길었는데, 결국 초대칭은 이러한 보손과 페르미온이 '대칭적'이라는 뜻이야.

마치 거울을 바라봤을 때 나와 거울상이 서로 대칭이듯, 어떠한 거울을 들이대면 보손과 페르미온은 서로가 서로의 거울상과 같은 '초대칭'을 이룬다는 거지.



하지만 대칭적이라는 조건이 충족되기 위해선 서로간의 입자 개수가 같아야만 해. 그렇다면 보손과 페르미온의 입자수는 같을까?

아니! 전혀 달라.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생각해냈어. 이들의 초대칭 짝이 존재한다면 보손과 페르미온은 초대칭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이렇게 하여 탄생한 개념이 바로 초대칭 짝(superpartner)이야. 초대칭이론은 원래 표준모형의 여러 문제점 중 하나인 미세조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해. 이렇게 하여 생긴 초대칭짝이라는 입자들은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무거운 질량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질량은 수백 GeV/c^2로, 엄청나게 무거워. 그래서 아직 검출기에서 발견이 되지 않는 것이고.(양성자의 질량은 0.93GeV/c^)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이렇게 무거운 녀석들이야말로 우리은하의 회전커브는 물론, 우주에 존재하는 24%의 암흑물질의 기원까지 설명해주리라고

믿어의심치 않고 있어.



3.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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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거대구조


그렇다면 천문학자들이 왜 암흑물질을 찾으려고 안달이 난 것일까?

이 암흑물질은 서두에서 말했듯이 은하의 생성에도 깊게 관여하지만, 우주의 거대구조를 만드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야.

천문학자들은 이러한 현재 우주의 거대구조(Large Scale Structure)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해하고 있어.

어째서 우리 우주는 은하나 성단들이 한 곳에 몰려있고 어느 한곳은 비어있는 모양새를 가질까?(Why Lumpy?)

초기의 밀도요동은 어떻게 발생하였는가?(Density Fluctuation)



특히 두번째 질문이 암흑물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초기에는 전체적으로 우주의 밀도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을거야. 군데군데 약간의 밀도 소밀 차이가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겠지. 하지만 이 초기의 소밀차이가 결국 밀한 곳은 물질이 계속 모여 오늘날의 은하단을 만들어냈고,

소한 곳은 물질을 점점 뺏겨 오늘날의 void와 같은 구조를 만들어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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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소적으로 있었던 밀도의 소밀차이가 오늘날 우주의 거대구조를 만들었다.



오늘날 우주배경복사(CMB)로부터 예측되는 초기 우주의 밀도요동은 10^(-5)정도야. 하지만 실제로 이 정도 밀도요동을 가진 채로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면

오늘날과 같은 거대구조는 절대 만들어지지 않아.

오히려 이 밀도요동의 100배정도는 되어야 오늘날의 구조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바로 이 100배에 해당하는 차이가 암흑물질에서 왔으리라는

추측이 천문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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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은 우주를 이루는 거대구조의 '골조'역할을 하였다.


즉 암흑물질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의 거대구조는 절대로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며 이 암흑물질이야 말로 건축물에서의 '철근'과 같은

골조 역할을 한다는 거지.

암흑물질로 일단 중력차이를 만들어놓고 거기에 물질들을 끌어모음으로써 오늘날의 거대구조를 만든다는 식의 설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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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을 파란색으로 시각화 하였다.



그럴듯해보이는 설명이지만 우리가 모르는 것은 아직 너무 많아. 단순히 컴퓨터 시뮬레이션 만으로는 이를 해결할 수 없겠지.



지난 2012년 LHC는 힉스입자를 99퍼센트의 확률로 발견했어. 오랜 물리학자들의 숙원을 일시에 해결한 일등공신인 셈이지.

천문학자들이 LHC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야. 상술했듯이 천문학자들은 이 초대칭 짝입자야말로 암흑물질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믿고있기 때문에

LHC가 얼른 이 녀석들을 발견해 주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어.

그런데 초대칭이론에서 초대칭 짝 입자들은 힉스보다 살짝 더 무겁거나 비슷한 정도의 질량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있어. 즉 힉스를 발견한 이상

초대칭 입자들의 발견이 머지않았다는 거야. 초대칭 짝 입자중에서 작은 녀석들이 뉴트랄리노(neutralino) 정도인데,

힉스를 발견한 지 4년이 지났지만 LHC에서는 초대칭 입자에 대한 어떠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고해.



현재 LHC는 물리학의 최전방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주된 과제로는 위에서 언급한 초대칭입자를 찾는 것이야.

만약 초대칭 짝입자가 발견이 되지 않아 초대칭이론이 폐기된다면 물리학에는 위기가 찾아올 수 있어.

초대칭이론을 통해 초끈이론이 완성되고 더 나아가 양자중력이론이라 불리우는 대통일이론을 완성할 수 있게 되는데, 이 기반이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거지.

앞으로 어떻게될지 계속 지켜봐야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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